같이 오기로 했는데 혼자 와버려서, 라이나 아라키씨에게 미안해
카쿠렌은 도망쳤다.
머리채를 쥐어잡힌 적은 많았지만, 목에 칼이 드리워진 적은 처음. 서늘한 감촉이 낯설어 생경한 것이 표정에 티가났다.
분명, 헤어진 날에 최면은 풀렸을텐데. 그것이 몸에 남아버린걸까.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얼굴을 자세히 볼 새도 없이 놀이공원을 뛰어다닌다.
얼마나 달렸을까, 회전목마 기계를 발견하곤 문득. 뒤에서 쫓아오고 있을까?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뒤를 돌아보면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어 천천히 달음박질을 멈추었다.
회전목마는 위험하지 않게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카쿠렌은 조심스럽게 마차형태의 소품 안에 들어가 무릎을 끌어안고 앉았다.
너머로 맑은 오르골의 배경음과, 반짝이는 조명이 새어들어온다.
이제는 꽤 커버려 조금 갑갑하게 느껴지는 내부지만...
어딘가 숨어 술래를 기다리는게 숨바꼭질이니까. 카쿠렌은 돌아가는 회전목마 안에서 가만히, 가만히 숨을 죽였다.
놀이공원, 숨바꼭질. 정말 오랜만의 이야기다. 카쿠렌은 밖의 빛이 새어나오는 마차의 창문을 보며 생각했다.
초등학생때, 학교에서 단체로 놀이공원에 왔었던 어느날.
저 멀리 자신을 혼자 두고 무리지어 다니는 친구들 뒤를 따라다녔었고, 꽤 귀찮아라 하는 아이들이
문득 저를 불러다 숨바꼭질을 하자는 말을 했었다.
그때엔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이들을 잡으려 무엇이든 하려 했었으니까.
그렇게 자신을 불러준 것이 너무 기뻐서 무작정 열심히 하겠다고 한 것 같아.
어디에 숨었었더라... 아마 벤치가 있던 수풀 사이에 어설프게 쪼그려 앉아있었던 것 같다.
어디에도 가지 않고 계속 기다렸었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 두시간이 지나도.
점심시간이 지나고, 곧 퍼레이드가 시작되는데도.
그 누구도 자신을 찾으러 오지 않았다.
왜일까. 분명, 친구들은 나랑 놀고 있는건데.